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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개가 온다

꽤 따스했던 날임에도 패딩을 입은 채 발견된 그녀는 여행을 다녀 오겠다며 떠난 뒤 으슥한 산골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사회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그녀가 유일하게 몸을 담았던 우울증 공동탈출모임 '공탈'. 그녀를 둘러싼 죽음의 배후는 무엇인가. 마침 이해되지 않는 사건을 맡았던 '박심'은 다른 사건 역시 우울증에 걸린 환자임을 발견한다. 대체 그들은 무슨 일을 겪은걸까? 우울증을 배경으로 써내려진 추리 소설이다. 윈스턴 처칠이 우울증을 두고 아침 저녁까지 자신을 따라다니는 '검은개'라고 한 표현 때문에 우울증을 두고 '블랙독'이라고 부른다. 이 소설은 우울증에 걸린 환자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인 시선을 지적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우울증은 심각한 정신병이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조차 힘듦에..

2021.09.22 0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그때 당시에 처음으로 고른 에세이라서 그런가 앞부분은 공감이 됐다. 그러나 중반부를 지나가니 연애나 삶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줄어들었다. 미세하게나마 저자는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그것이 스스로에게 내민 확신인지 경험에서 나온 결론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결론이 강제처럼 느껴졌고 어떤 공감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지적으로도. 게다가 관계나 일상의 경험을 감각으로 풀어내는 말이 많은데 지나치게 추상적인 느낌이랄까. 굳이 허공에 손을 휘젓는 느낌뿐 단어나 흐름이 마음에 와 닿지 않고 둥둥 떠다닌다.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수도 있고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그냥 이 책을 읽을 리듬이 아닐 수도. 아니 에르노 책을 읽으려 해도 읽히지 않는..

2020.12.26 0
채식주의자

맨 부커상 때문에 알게 됐고 그때 굉장히 유명했던 책 중 하나. 문학사 같은건 잘 모르고 문학의 구조나 흐름을 모르니 지금 책이 주는 느낌이나 의미는 잘 모르겠다.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나 서양 고전문학에 비해 읽는 속도가 굉장히 빠를 정도로 흐름이 부드러웠다. 전개도 빠르고. 그러나 중반부에서부터는 조금 지루해지는 느낌도 없었다. 마지막까지 책을 덮기가 쉽지 않았다. 현실 속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허구를 만들어내는 상상력은 픽션의 힘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저마다 다르다. 이번 소설에서 흥미로운 것은 그런 허구는 아니었다. 정작 주인공의 생각이나 말에 대해선 조금도 설명이 없었다. 그녀의 증상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도화선에 붙은 불이었다. 그저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

2020.06.29 0
데일카네기 - 인간관계론

자기계발서중에 몇 안되는 괜찮은 책이라는 평가가 있어 본다. 구매한 책은 포켓사이즈의 작은 책인데 가볍고 크기가 작아 들고 다니기에 좋았다. 책의 내용은 동일한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과 내용상 차이가 없다는 글을 보았다. 주된 내용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다. 인간이란 과연 이성적인 존재인가에 대해 논하는 철학적인 내용은 아니고 간단한 사례들로 인간이 비이성적인 존재니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 것을 추천한다는 방식이다. 상대방이 친절하게 나오지 않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존중해야하며 대화의 기본적인 기술 중에서 비판과 비난이 아닌 상대방에게 공감을 통해 반감을 줄이면 대화가 더 편안해진다는 것. 그리고 아부가 아닌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식과 그..

2020.03.13 0
아니 에르노 - 단순한 열정

남자와 사랑에 대해 건조하다기보단 담백하게 자신의 감정을 써내려간다. 약간의 무르익은듯한 감촉이 느껴지는 문체다. 그런데 읽다보니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말하는데 주인공이 만나는 남자는 아내가 있다. 그 남자와 만나면서 느끼는 불안이라는 감정과 헤어짐을 다짐하는 순간. 그리고 그 이후 모든 것이 그와 연관된 것만 보인다는 모습은 이별을 겪는 연인에게서 느껴지는 그것이지만 태풍의 가장자리 보다는 태풍의 눈. 강하게 퍼지는 기운 속에서 느껴지는 그 진득한 무거움의 성향을 간직한 사람이 써내려간 일기를 보는 느낌이다. 헤어진 연인이 가진 슬픔. 불안한 관계에서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은 생각해보거나 느껴본 적이 없다. 대부분 따귀를 맞거나 돈다발을 들고 나오거나 한밤중에 머리채를 쥐어 뜯기고 쫒겨나며 사람들로 하여금..

2019.12.10 0

영화

전시

라이프 사진전 - 예술의 전당

간만에 예술의 전당에서 보게 된 라이프 사진전. 아마 이전에도 1년에 한번씩은 한 것 같다. 수 많은 전설적인 사진작가들을 배출했고 당시 전설로 여겨지던 LIFE잡지에 사용됐던 사진들을 전시한 사진전이다. 사진전의 내부는 저작권문제로 촬영이 불가능하기에 딱히 올릴만한 사진은 없고, 만약 원한다면 현재 LIFE지를 인수한 TIME에서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볼 수 있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팟캐스트에 LIFE지의 흥망성쇄를 다루고 있다. ) 전시는 워낙 유명한 터라 딱히 설명할건 없지만 전시에서 느껴졌던 몇가지를 정리해본다면 이러하다. 1. 복잡하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몰려서 입구에서부터 브로마이드를 받으려고 화장품가게에 줄서서 기다리는마냥 꾸역꾸역 들이닥치는 탓에 전시장 내부는 굉장히..

공연,전시 2017.09.01 0
세바스티앙 살가도 - 제네시스 (창세기) 사진전

서울시,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에서 세바스티앙 살가도 작가의 제네시스 사진전이 열렸다.브라질출신의 이 사진작가는 당시 정치상황때문에 망명을 떠났던 프랑스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뒤에, 국제커피기구에서 관련된 일로 아프리카를 찾았다가 그곳에서 노동자들의 참상을 보게된 뒤에 충격에 빠지는데, 이를 글로 전달하는 것보다 사진으로 전하는 것이 더욱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알게된 후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당시 건축사진을 촬영하던 아내의 영향으로 사진을 접한 살가도. 이후 그가 전한 흑인들의 노동에 관한 사진은 어디선가 한번쯤은 접해본 사진일 것이다. 이와 관련된 작업 'workers'가 굉장히 유명해지고 전세계의 노동자와 피난민들을 사진에 담아 그들의 삶을 사진으로 전하기 시작한다.혹자는 그가 피사체..

공연,전시 2014.10.25 0
퓰리처상 사진전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하는 퓰리처상 사진전을 관람했다. 더운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수의 관람객들이 입장해 본인은 좀 놀랐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기 때문일까 사진전이라는 아이템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 때문일까. SNS의 의식때문일까.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좀 의아하다고 느낀다. 이전 사진집을 보다가 퓰리처상 사진집이라는 책을 보고 살까말까 망설이다, 최근에 수상을 받은 보도사진분야의 사진이 업데이트 된것인지에 대해 알 수 없었기에 사는것을 망설였는데, 그렇기에 이번 전시가 조금 더 기대치가 높았던것 때문일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전시는 아니었다. 퓰리처상 사진을 수상하거나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좋았는데, 그것 이외..

공연,전시 2014.08.04 0
현미라 사진전 - 낭만적 혼

지독할만큼 어둡고 대조도 강하고 초점이 빗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눈빛만으로 아주 설득력이 강하고 이상하리만치 친근감이 느껴지는 사진들을 보고 압도된다. 이와 비슷한 사진들을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는 약간의 우울과 무거움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화려함에 마음을 빼앗길수도 있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빛이 바래는듯한 가벼움 보는이로 하여금 조금 마음을 불편하게 할수도 있겠지만 그 강렬함과 질척거림 불안과 자유가 공존하는 눈빛과 표정과 손짓 발짓 온몸이 말하는 메세지들이 극에 이르는듯한 강렬함. 그래서 좋았다. 디지털보단 아날로그에 가깝고, 색과 초점과 그 순간과 모든 것이 대형 프린트에 떡 하고 자리잡으니 거대한 석상이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져 박혀버린건가. 파인더 속을 바라볼 때에 너무나도 매력적..

공연,전시 2011.12.20 0
라거펠트 사진전

패션사진이라고 해서 티비나 잡지에서 보아오던 제품사진들이나 제품 클로즈업된 사진들만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다채로웠다. 패션이라고 하기에 그 분야에서만 완전 단조롭거나 시각적으로만 극화된 사진일거라 생각했는데, 회화적 느낌을 강조한 사진들도 꽤 많았고 다양한 기법등을 시도한 작품들이 엄청 많았다. 제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어쩌면 이 제품을 쓴다면 이 모델들처럼 아름다워 질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일뿐이라고 여겨질수도 있지만 모델사진에서 모델의 표정과 감정들이 조금 더 강조된 사진들을 봐서 정말 새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얼마나 틀이 박혀있었나 알 수 있었던 시간들. 모델들도 너무너무 예쁘고 멋지고 표정도 전부 살아있고. 아마도 진짜 모델들은 이런 표현이 가능하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눈길을 사로잡는..

공연,전시 2011.12.0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