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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리뷰

로보캅. 2014

푸른세계_2 2014. 4. 29. 23:49

 로보캅이 새롭게 리뉴얼됐다. 기존의 답답해보이던 외모에서 보다 현대적이고 깔끔하고 현란한 형태로 바뀌었다고.영화는 기존의 스토리를 이어가진 않고, 에디 머피가 왜 로보캅이 되었으며 무슨 음모와 상황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는 뭐랄까. 좀 약하달까.

 

어릴적 극장판과 같이 나온 로보캅1,2,3를 제외하고도 어릴적에 미드형식으로 나온 편이 여러편 있던걸로 기억한다.그 웅장한 배경음악과 사운드. 질감은 그때 당시에는 최고였다. 6개의 사이렌이 장착된 까만 경찰차도 너무 멋졌다. 게다가 절제된 그 표정에서 드러나는 기계와 인간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던 장면들도. 하지만 이번에 본 영화에서의 느낌은 영화의 트렌드가 변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미 이 영화 이전에 인간과 기계의 문명에 대한 갈등을 보여줬던 영화나 드라마가 꽤나 많이 등장했었고 시각적인 효과에서도 보는사람들의 수준은 많이 높아져있었다. 아이로봇이나 바이센테니얼맨 에이아이 등등 로봇이 인간의 감성을 느끼느냐 마느냐, 혹은 기계가 되었다고 인식되는 대상에게 인격이 있느냐, 인간의 존엄성을 부여해야하나 마나에 관한 이야기는 넘칠정도로 많았다. (이미 트랜스포머에서 그런 이야기는 끝난게 아닐까.) 어쩌면 로보캅이라는 영화가 그 시초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기존의 로보캅시리즈에서 참 좋았던건 그시대로선 앞서나가던 그래픽요소들도 있었지만( 로보캅의 입장에서 보여지는 CG 와 로보캅의 신체. 혹은 다른 로봇들.) 에디 머피가 기계와 인간 사이의 영역에서 갈등하는 심적인 부분, 그리고 딱히 표정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 2014년 버전과는 다르게 기존의 에디머피는 표정이 없다. 그러나 인간적인 요소를 보여줄때는 롱테이크로 잡는다.  ) 그 로보캅이 정의의 구현. 그러니까 경찰의 업무를 넘어서서 기계치고는 인간의 감정을 잘 헤아려주고 보다 고통받고 힘 없는 사람의 편에 선다는 그 기준을 명확하게 잡아주었던 것이 좋았다. 머피와 함께 일하는 여형사가 자주 등장했었는데 그녀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는 요소가 많았고, 이미 시스템의 통제에 대해 스스로 의지를 강하게 가져서 딱히 방해를 받지 않는 상태에 있던것도 좋았다. 이번에 나온 영화는 아무래도 로보캅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전달시키기 위해 과정에 치중을 해야했던 것도 있다.  그 영화 한편에 인간의 존엄성과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생활과 심리와 계략등등 다 담아내기엔 아마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너무 현대적이다. 배경은 미랜데 영화의 느낌이 현대적이다. 볼거리에 치중하려던 느낌도 있지만 그닥 몰리지도 않고, 정체성이나 사회문제에 대해서 쓰려고 하기엔 좀 두리뭉실한 느낌이랄까? 상업적인 사회문제를 드러내기도 하고 인간이 얼마나 추악한가도 드러내고 스타쉽 트루퍼스처럼 광고의 느낌을 주기에 내가 그 시대에 사는듯한 느낌도 주지만 뭐랄까. 드라마를 본 느낌이다. 몇부작으로 했다면 조금 더 재밌을 것 같기도.

 

 

p.s) 내가 기억하는 부분은 드라마로 제작된 로보캅도 있다. 6개의 분리된 경광등이 달린 검은색 경찰차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 장면과 로보캅을 때려 눕히고 머리를 두들겨 대던 피부트러블(?) 악당도. 그냥 드라마가 진짜 잘만들어졌고 재밌었다. 내친김에 원조 로보캅 1,2를 봤는데 알렉스 머피가 로보캅이 되어가는 과정을 처음 봤다. 윤리적이거나 현실적인 부분을 잘 드러내주는듯.

 로보캅이란 영화 자체가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같은 스피드를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다. 트랜스포머처럼 복잡하게 움직이는 것과도.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달리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는 로보캅은 정의실현을 하면서 자아갈등도 하고 동료들과 악에 맞서 싸우면서 거대 회사인OCP와도 갈등을 빚어가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심리묘사를 함께 집어넣는. 굳이 말하자면 인물들과의 관계와 심리. 그리고 적들이 가지는 반감. 부패한 사회. 정의를 강요당하는 경찰. 광고. 미디어. 그것에 더 가깝다. 정의라는 한정된 표현과 함께.

구태여 날아다니는 로보캅을 리뉴얼 할거라면 애초에 왜 기존의 수트를 인용한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영화를 보고나니 이번 2014의 로보캅은 기존의 로보캅 1.2.3에서 핵심적 키워드만을 떄려쑤셔박은듯한 느낌을 준다. 차라리 드라마를 만드는 게 더 낫다고 본다. 수트도 기존의 디자인이 더 낫다. 아니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