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세바스티앙 살가도 - 제네시스 (창세기) 사진전

푸른세계_2 2014. 10. 25. 21:10

서울시,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에서 세바스티앙 살가도 작가의 제네시스 사진전이 열렸다.

브라질출신의 이 사진작가는 당시 정치상황때문에 망명을 떠났던 프랑스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뒤에, 국제커피기구에서 관련된 일로 아프리카를 찾았다가 그곳에서 노동자들의 참상을 보게된 뒤에 충격에 빠지는데, 이를 글로 전달하는 것보다 사진으로 전하는 것이 더욱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알게된 후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당시 건축사진을 촬영하던 아내의 영향으로 사진을 접한 살가도. 이후 그가 전한 흑인들의 노동에 관한 사진은 어디선가 한번쯤은 접해본 사진일 것이다. 이와 관련된 작업 'workers'가 굉장히 유명해지고 전세계의 노동자와 피난민들을 사진에 담아 그들의 삶을 사진으로 전하기 시작한다.

혹자는 그가 피사체를 너무 미적으로 아름답게 다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준다. 

Image makers. image takers 라는 책에서 그의 인터뷰를 보면 제네시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했는데, 2004년부터 2011년까지의 엄청난 기간동안 작업을 한것이 정말로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더운곳부터 추운곳 건조한지역부터 습한곳까지 안다녀본곳이 없다고 하는데 자신의 모든 시간을 사진작업에만 쏟아내는 작가의 그 정신력이 정말로 존경스럽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이번작업은 노동자와 같은 작업과는 거리가 있는 작업이다.

극지방과 자연환경 속에서 창세기때의 모습을 보전하는 듯한 동물들과 풍경들. 원주민들의 모습. 산의 웅장함. 펭귄들의 무리생활. 거대 고래의 헤엄등 자연의 모습을 흑백으로 담아낸 작업. 280여점이 넘는 작업량 덕분에 자세히 보려면 최소 2시간은 족히 걸릴 법 하다. 

(본인도 전시를 보다가 일정이 생겨버려 중간에 나와버렸는데 다시 가보고 싶은 전시다.) 

화려한 색을 사용한 사진은 없지만 흑백의 톤만으로 대상을 표현하는 방법이 더욱 좋다. 개인적으로 흑백을 더욱 좋아하기도 한 탓도 있지만. 최근에 보았던 예술의 전당쪽의 사진전은 정말 기대 이하였기 때문에 이번 전시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개인의 취향의 차이도 있겠지만 사진 그 자체를 봤을때 분명 몇년간 공들여 해낸 작업과 그냥 가서 겉만 찍는 사진은 분명 퀄리티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그다지 사진적 가치도 없는 전시에는 사람들이 새까맣게 모여 사진을 찍어대면서 왜 이 전시에는 이토록 관람객이 없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굉장히 높은 전시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인파를 정리조차 하지 못하는 전시는 대체 누굴위한 전시인지도 모르겠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정말 최악이었다.)세종문화회관에서 봤던 라이프 사진전과 이번 제네시스 사진전도 아마 적당히 퍼진 관람객들 덕분에 쾌적한 전시를 본것도 없지않아 있을 것이다. 

처음 전시장의 입구를 찾는게 좀 힘들었지만 꽤 괜찮았던 전시. 특히 문명과 거리를 둔 원주민의 모습에서 인류가 지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 더 전체적인 시점에서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달까. 사회학적이거나 인류학적 사진을 다루는데 있어서 꼭 한번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경제학자와는 또다른 사진가의 지극히 '사진적인' 사진전이 아니었을까. 


이번 전시는 직접 외국에서 전시되었던 오리지널 프린트가 전시되었다. 최근 디지털프린트가 주를 이루는데 작가는 디지털로 촬영을 한 후에도 아날로그방식으로 인화하려 했다고 한다. 특히 시간에 맞춰 제공되는 도슨트는 꼭 들어보자. 친절하기도 하고 여유있게 질문도 할 수 있고 동시에 사진전에서는 알려주지 않았던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사진촬영중에 있었던 에피소드 등등을 들을 수 있으니. 꼭 !

다른 전시도 비슷할지 몰라도 이번 전시는 죽기전에 또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브레송전시도 정말 좋았는데.

이런 대가들의 전시를 보면 정말 그들이 얼마나 자신의 작업에 헌신하는지 감탄밖에 나오질 않는다. 


p.s) 전시장은 세종문화회관 예술관.  라이프전이 열렸던 지하 말고 거대한 돌다리를 넘어서 뒤쪽으로 가면 광장이 나오는데 우측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