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푸른세계_2 2015. 1. 21. 10:12

 3차 세계대전이후 3개 거대국가로 나뉘어진 세계. 영국 사회주의(이하 영사)의 체제속에서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윈스턴은 당의 지시로 과거를 조작하는 일을 한다. 예전에 있었던 전쟁이나 사건들은 당을 통해 재구성되어지며 과거 (혹은 현재)의 어떤 사건이나 인물은 때론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며 사람들은 이를 알아채지 못한채 수긍하기 바쁘다. 이런 체제에 의문을 느낀 윈스턴은 곳곳에 감시와 도청을 하며 끝없이 당을 선전하는 텔레스크린의 사각지대에서 일기장에 '빅브라더 타도'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지닌 과거의 기억과 체제에 반대하는 자신의 생각을 몰래 담는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스크린에서 레지스탕스라 불리던 골드스타인의 집단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이 의심하던 것들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다. 감시로부터 벗어나 남녀간의 사랑조차 억압했던 당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일탈을 꿈꾸던 그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헉슬리의 멋진신세계와 더불어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불리우는 책이다. 역시나 멋진신세계와 비슷하게도 결말은 터무니없이 암울하다. ( 소설도 그렇지만 블랙코미디 장르의 드라마나 영화를 봤을때의 찝찝함보다 훨씬 크다.  블랙미러 . 시리어스맨 ) 그러나 이같은 소설에는 코미디가 거의 없다. 암울한 세계가 열리며 시작되지만 잠깐의 희망을 내비치곤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린다. 덕분에 책에서 진행되었던 일들속에 드러낸 사상과 같은 것들에는 훨씬 더 큰 반감이 생기는 효과가 있는듯 하다.

 예전에 1984와 멋진신세계의 간단한 비교를 보여주는 만화를 본 적이 있어서 관심을 갖고 두 책을 보게 된다. 3차 세계대전이후 모든것을 상실한 인류가 3개의 나라로 통합되고 영국사회주의라고 불리는 곳에서 주인공 윈스턴의 시선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당의 배급에 의존하는 윈스턴은 노동계급과는 분명 다른 소속이지만 그들의 삶에 비해 그다지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다. 몇달째 밀려버린 면도날의 보급때문에 당원들은 서로 면도날이 있느냐 물어보는게 일상이 되어버렸고 다 허물어져가는 집에 살면서 소리를 끄지도 못하는 텔레스크린의 감시속에서 살아간다.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있다'라는 포스터가 온 벽에 붙어있으며 특수제작된 그것들은 어디에서 보나 자신을 지켜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감시체제속에서 그는 당이 하는 일들에 의문을 품지만 '이중사고'의 영향덕분인지 완벽하리만큼 그것을 인지하지는 못한다. 당국의 지시에 따라 결혼을 하는 남녀는 서로 애정을 가질 수 없고, 임신을 해 아이를 낳는 것은 당에 대한 의무로 치부되어 버리며 그들의 부부관계 역시 하나의 의무로 자리잡는다. '2분 증오'시간때 악을 쓰는 주변사람들을 의식하며 자신은 영상에 나오는 것들에 의문을 품는다. 과연 골드스타인은 존재하는지 왜 그 누군가에게 악을 쓰며 욕을 해대는지. 소설의 결말을 알 수는 없었지만 소설에서 진행되는 그의 생각과 말투를 볼때에 그가 체제에 반하는 것을 꿈꾼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긍정적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습관과 생각또한 이미 어느정도 체제에 훈련되어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메인의 이야기는 후반부에 공개되는 '그 책'이라고 생각된다. 조지오웰이 스탈린 독재체제에서 느끼던 반감과 자신의 생각을 한번 뒤틀면서 '그 책'속에 담으며 윈스턴이 그 책을 보듯 독자 역시 그 책을 보게되는 것이다. 당의 표어로 자리잡던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지는 힘'이라는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를 자신의 생각을 통해 기술하던 부분.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이유와 유지되는 이유. 그로인해 이득을 보게되는 특정 집단과 피해를 보게되는 계층.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굴러가게 되는 하나의 사회. 그리고 불안한 자유보다는 복잡한것들은 생각조차 하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권력에 대한 순응. 그것에 비교되는 자유의 가치. 그것으로 악습되는 계층간의 불화와 또다시 굴러가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였다. 끝없이 소비되는 전쟁을 통해서 제한된 삶의 질과 함께 끝없는 노동을 하며 사색을 즐길 기회조차 없는 국민들로 채워진 국가에서 자신의 권력을 끝없이 유지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을 찾아낸 상류계급과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니. 차마 웃어넘길수는 없는듯한 내용이 많았다.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소개되기도 하는 이 책을 단순히 그런책으로 보기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헉슬리가 걱정하던 미래에선 사람들이 스스로 갈망하는 쾌락으로 인해 중요한것들에게서 점차 멀어지며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을 걱정했는데, 조지오웰은 언론과 과거 역시 통제된 삶을 걱정해 약간의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지금 현대에선 이 모든것들이 악용되고있는것도 사실 아닐까? 최근 쉽게 접할 수 있는 '빅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자신과 집단의 생활패턴을 간략하게 정리해주는듯 하지만 그것의 양면에는 끝없이 개인의 삶도 기록되고 분석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이미 오래전에 감시국가에 대한 이야기는 유명해졌고, 범죄예방의 CCTV가 특정집단의 권력으로 이행되는것에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생겨나고있다. 더불어 최근에 통과된 것중 근무시간을 늘리며 추가수당조차 받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하고 아동노동과 대기업으로 몰리는 사회현상역시 개인의 삶 보다는 집단을 위한 흐름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무언의 압박중 하나는 그 사람이 부르주아 계층에 올라서지 못하는 이상 끝없이 노동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자본은 소수에게 이득이 몰리게 되고 그 소수는 굳이 과거에 무기를 휘두르며 적과 피흘리며 싸우거나 하지 않아도 대다수를 지배할 수 있는 하나의 권력을 손쉽게 손에 쥐고 있는 것과 같다. (이것에 대한 것은 멋진신세계나 1984속에서도 자본으로 인해 계층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유명대학에서도 필독서로 권장되는 이 도서. 단지 경제적으로 이득만을 취하길 원하는 한국사회와 비교해 본다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서양의 국가들과 다르게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정치관이 과연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비교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에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은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왜 자신의 권리조차 잃어가는 상황 속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인지는 의문을 갖게 되기도 하고, 왜 어떤 사람들은 그토록 수동적인지 ,왜 그렇게 쉽게 다른일에 눈을 돌리는지 의아할뿐이다.

 

 

 

P.S) 영화도 있다. 소설이 주는 문자의 강력한 힘을 빌지는 못하나 나름대로 꽤 재밌다. 역시나 책을 보고 영화를 보는 편이 어느경우든 나은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