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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ther Side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본문
2살때의 부모님을 잃은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 주인공 폴, 두 이모와 살아가는 그가 어느 날 피아노를 고쳐주던 할아버지가 떨구고 간 앨범을 찾아주려다 윗층의 어떤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아파트 내에서 식물을 기르며 살아가는 프루스트라는 아주머니를 만나고 그녀가 타준 차를 마신 채 최면상태에 빠진 그가 잃어버렸던 자신의 기억을 찾게되면서 잊고지냈던 자신의 한 부분을 찾아가는 영화.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어떤때는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 마르셀 프루스트 -
이상할 정도로 본인 역시 어릴적 기억을 거의 잊고 산다. 혹자는 그게 정상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이는 본인들의 어린 시절을 놀랍도록 기억해내며 그때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당신의 기억은 아름답습니까 라고 묻는 영화에서 의문을 갖는다. 기억이 뭘까?
비슷하거나 같은 환경속에서도 본인이 그 상황을 어떻게 느끼느냐 ( 그 상황의 감정상태 )에 따라 기억하기도하고 잊기도 한다. 꼭 기억뿐만 아니라 사람은 하나의 상황속에서 선택적 지각을 하게 되는데 같은 장소에 머물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 다른 부분을 기억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집중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 물론 이와같은 것들은 개인이 살아오면서 어떤것을 보고 듣고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개인 차이는 당연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렇기에 교육과 문화와도 교류되며 국가별로 혹은 지역별로 인식하는 부분이 천차만별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경험을 한다. 살면서 행복했던 기억을 간직하는 반면 불행한 기억에 대해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고 계속해서 끄집어내며 오히려 그것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또다른 인격을 만들어 낸다던가, 기억을 왜곡시키거나 그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지워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뒤죽박죽이 되어버리고 적절한 망각을 한 뒤에 사람은 계속해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에 완벽히 잊어버린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의 기억과 경험은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인식과 생각에 영향을 주는데 평소에는 신경쓰지 못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거나 상대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느끼거나 말할 때 그동안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기억해내는 경우도 있다. 소설 1984에서 보면 주인공 윈스턴의 상황에서 보여주듯이 과거의 기억이 서린 물건들이 주변에서 사라져버린다면 자신의 기억조차도 혼동하며 의심하고 잊게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누군가는 고향에 되돌아가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며 전혀 다른곳에서 마주친 무언가를 보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추억하기도 한다.
주인공 폴은 과거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순간 그것을 경험함으로써 그 부분을 망각하게 된다. 이 영화의 감독은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지은 '잃어버린 세계'의 첫장을 보고는 이 영화를 찍을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어린시절 겪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데 최면을 이용하기도 한다. 최면을 이용하는 것중 하나는 특정한 좌표를 찾아나가는 것인데 영화 내에서 프루스트가 말한다. ' 추억은 음악을 좋아하니까 ' 그가 기억하던 음악을 틀으며 최면에 빠진 폴은 어린시절 자신이 잊고 지내던 추억들로 되돌아간다. 자신이 듣던 개구리 음악. 함께 춤추던 부부. 툴툴대며 연신 담배를 물던 아빠와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이 죽던 순간에 마주했던 진실. 이것들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부모님이 죽던 순간 내려앉은 피아노를 마주하게 되고, 그 위에 있던 두 이모들을 보게 되면서 폴은 현실세계에 존재하던 두 이모와 피아노를 마주하게 되며 스스로 피아노를 포기해버린다. 자신의 꿈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해 나가던 일들이 과연 내가 정말로 좋아하던 일이었을까? 어린시절부터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며 넌 무엇을 해야돼.라고 끝없이 부추기는 사람들 덕분에 정말 자신이 그것을 원하는것이라 여기게 되면서 여생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사람이 살면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극중 나왔던 의사는 직업병때문에 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꿈꾼다고 말한다. 자신이 의사를 하는것은 단지 부모님이 원해서였을뿐이라고 그 스스로 이미 깨달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의사일을 그만두지 않고 동물들을 박제해버리는 일을 하게된다. 어떨까? 어떤 동물이든 죽음을 겪게 되고 동물을 키우던 사람은 커다란 슬픔에 빠지게 되지만 의사가 말하는 모습속에는 그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 살아있는 동물이 아닌 죽은 동물을 영원히 결박시키면서 스스로 치유할 시간조차 사라지게 되고 부자연스러움속에 그 동물은 형체만 소름끼치도록 고정되어져 더 이상 아름답지도 않고 추억을 할 수 조차 없게된다. 의사가 과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게된걸까? 자신이 원하는 것조차 왜곡시켜버리면서 이도저도 아닌 삶에 걸쳐져 있는것은 아닐까. 결국 스스로 깨달았지만 그는 다시 의사의 삶을 선택한다. 마치 과거와 자기 자신의 정체성조차도 박제시켜버린것 처럼. 이상하게 뒤틀린 박제를 보며 의사를 찾아간 두 명의 이모는 말한다. '실제와는 달라 보이는데요?'
영화 초반에 말한것처럼 기억이 달콤하지는 않다. 그가 마시던 차와 마들렌과 비슷하다고 본다. 기억을 하려고 찾게되는 그 차를 마시며 느끼는 강한 쓴맛과 그것을 지우려고 먹는 달콤한 마들렌. 아마도 추억보다는 삶에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그것은 기억을 함축적으로 드러내주는듯하다. 쓰디쓴 기억을 달콤함으로 지워내는 것. 행복한 기억으로 나쁜 기억을 덮어버리라는 프루스트의 말처럼 비록 쓴 기억도 있지만 달콤한 추억을 만들어가며 그것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는 말. 덕분에 기억을 마주한 폴은 연한 파스톤 색깔의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피아노 연주 모습들을 뒤로 한 채 빛나는 개구리와 가득한 꽃들로 기억을 찾아가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거리의 부랑자와 더 이상 필요없다고 느끼던 장님 피아노조율사와 마을사람들과 같이 행복하게 웃으며 연주를 한다.
아버지에 관한 기억. 음악가 집안이라고 말하며 아버지를 마음에 안들어하던 가족들의 이야기 덕분인지 영화 초반부에 들어서며 그의 얼굴은 가려져있지만 자유로워보이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인들에게 그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듯하다. 모두가 인사를 하며 행복하게 거리를 걷는 아버지가 그랜드캐니언을 마주할 때까지도 풍부한 색이 가득했지만, 그가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듯한 화면과 그 이후에 담배를 물고 아이를 바라보는 모습이나 아머니를 폭행하는 모습들이 나타나는것은 주인공의 트라우마와 맞물린다. 하지만 그 기억이 진실일까?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덕분에 왜곡된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당시 아이가 그말을 알아듣진 못하더라도 현재 자신에게 각인된 기억은 성인이 된 폴의 의식을 되찾아가는것이기에 충분히 가능한것은 아닐까. 특히나 기억 자체가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고, 이미 그것이 왜곡되어 있고 기억은 단지 그 사람의 의식된 이미지일수도 있다는 생각.) 후반부에 들어서서 콩쿠르를 마치고 프루스트가 건네준 차와 마들렌을 먹으며 '행복한 기억으로 나쁜 기억을 덮어버리는' 순간을 마주한다. 레슬링장에서 격투를 하며 싸우는 두 부부는 아이에게 웃음을 건네며 사랑을 전해준다. 과거에 느꼈던 그 싸움은 단지 자신이 기억하던 이미지일뿐이다. 비록 죽음이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지만 그때까지도 두 부부는 서로 사랑하며 춤을추고 아이에게 미소를 건넨다. 행복한 기억과 나쁜 기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자신의 기억을 정말로 믿을 수 있을까?( 찢어버렸던 사진은 모두 붙여져있다. )그게 진실일까. 의문을 던진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을까. 과연 진실이 중요할까. 폴은 과거에서 벗어나 아이와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과거 기억에 아버지 뒤에 비치던 그랜드캐니언을 실제로 마주한다. 그리고 또 다른 자신의 눈에 비친 폴은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과거의 기억의 소름끼치던 얼굴도 아니고, 그의 목소리까지 따듯하게 아이에게 건네는 순간 영화는 마무리한다.
아버지 아티 마르셸과 프루스트, 둘의 조합과 폴의 기억.
나는 정말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을까.
비록 왜곡되거나 슬픈 과거가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 현재를 살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