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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ther Side

황후화 본문

책/영화 리뷰

황후화

푸른세계_2 2015. 2. 4. 08:52

소설'기우'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 딱히 기억에 남지 않았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올린터인지 영화를 보는동안 스토리에 집중이 안돼서 좋았지만(응?) 뭐라고 딱히 표현하기에 애매한 영화인듯. 피만 안뿌렸지 지금의 정치판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보는 내내 좀 씁쓸한 기분도 들고 저렇게 많은 글래머 여성들이 있어도 저런곳에서 살아가는게 과연 피곤한일은 아닌지 생각한다. 비슷한 장르의 영화에서도 반전이라고 하는 음모가 여기저기 도사리고 중간이나 결말즈음 중국판 거대 스케일로 한번 밀어붙이는게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른 배우들은 잘 모르겠고 공리의 위치와 감정을 그나마 잘 드러낸 부분이 아니었을까. 억압된 감정을 끌고가는 한국의 고전영화와도 다르고, 남녀사이의 감정을 짧은 대화와 느린 움직임과 음악을 섞어 표현해내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와도 다르다. 뭐 사실상 다른 장르의 영화를 비교하는것도 이상하긴 하다만.

 사랑하지도 않는 왕에게 노예처럼 끌려가서 화려한 장신구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궁 속에서 인형처럼 살아가는 아름다운 여자의 삶이라. 현대판 결혼이라고 하기엔 과장된듯 하지만서도 별다른 선택권이 없거나 그저 현실적인 선택에 이끌려 살아가는 여자의 삶이 얼마나 끔찍할까? 왕에게 공리는 그저 가지고 있는 인형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몇년간 공을 들여가면서까지 독약을 먹여 미쳐가는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는것이 얼마나 소름끼칠까. 하지만 그것이 꼭 육체적인 죽음을 표현한다고 보진 않는다. 육체적으로는 아직까지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딱히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갇혀사는 왕후의 삶에 죽어가는건 그녀의 영혼은 아닐까? 독인지 모르고 약을 마시면서 왕의 인형으로 살아가는데 이미 익숙해진 그녀와, 오랜기간이 지난 뒤에 미쳐있는 그녀가 알면서도 왕의 약을 거부하지 못하고 마시는 것도 더 이상 자신의 삶을 구제하지 못한다는 그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는지.

 반란을 알아챈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한번은 피어봐야지'라는 말은 그녀의 최후의 발악이었는지 모른다. 실패할것을 알면서도 한번이라도 피어보려는 그녀의 선택이라. 궁속에서 아름다운 꽃이었지만 한번도 제대로 스스로 피어본적 없는 그녀의 삶. 그나마 왕의 아들과 사랑하는 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림받은 채 또 다른 젊은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것을 목격했음에도 또 다시 그 남자를 원하는 그녀는 과연 누구의 사랑을 받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