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The Other Side

나를 찾아줘_Gone Girl 본문

책/영화 리뷰

나를 찾아줘_Gone Girl

푸른세계_2 2015. 6. 15. 18:18

 당시에는 어땟을지 모르겠지만 꽤나 색다른 색감의 영화라고나 할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한글제목을 정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낚시성 제목 덕분에 실종사건을 찾아가는

그저 그런 스릴러일까 했지만 영화는 초반 10분정도만에 사람 몇정도는 죽일만큼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영화소개프로그램을 통해서 이 영화가 부부간의 삶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된 뒤였지만

오히려 그런 호기심 때문인지 조금 더 관심있게 영화를 지켜보게 된 것 같다.

 

 연애시절 설탕이 흩날리는 골목길에서 키스를 나누고 자신의 삶을 소재로한 부모가 창작한 소설에서 괴리감을 느끼며

인터뷰를 할때 수첩에서 반지를 꺼내며 고백하던 그. 그리고 달콤하던 신혼이 지나서 그 남자는

자신에게 그랬듯이 누군가에게 달콤하게 다가가 사랑을 속삭이는것을 목격하게 된다.

복수심에 불타는 이 여자는 자신의 두뇌를 총동원해서 이 남자를 사회적으로 말살시킬 생각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그 아내를 증오하며 주변과 부딪치는 세상을 함께 보여주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도대체 왜 저렇게 까지 남의일에 관심을 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지역의 언론은 모조리 그 집을 밀착취재하고

처음에 아내를 사랑하던 남자의 상실감에 동질감을 느끼며 뉴스를 소비하지만, 이내 아내가 살해당한것 같다는

이야기가 보도되자 생전 알지도 못하는 그 남자에게 살인마라는 탈을 씌우곤 비난의 화살을 미친듯이 퍼붓는다.

특히 영화에서 말하길 아무 생각없는 멍청한 금발 앵커가 지껄여대는 소리라고 말을 했지만, 사실 그런 언론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또 대중은 그런식으로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신나간 앵커는 후에 부부의 집으로 찾아와 그들을 마치 엄청난 사람들인양 찬양하기까지 한다.

( 영화내내 다양한 뉴스가 그 앵커의 입에서 나온다는 것은 조금 눈여겨볼만 하다. )

그러나 조금 더 중요한 것은, 아내가 그 일들을 꾸며서 정신나간 사람으로 살아가던 자기고백을 듣기까지

1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주어지는데, 스토리를 모르고 보는 관객이라면 그 관객 역시 비난의 화살을

계속해서 던진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아내를 밀친 뒤에 그 남자가 아내를 죽였을거라고 생각하고, 또 바람피우는 장면을 보면서 저 썩어죽일놈이라고

욕할텐데, 그 이후에 정신나간 아내가 저지르는 굉!장!한! 짓들을 보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저 썩어죽일년이라고

욕하는 것 처럼, 비록 영화 바깥에서 그들을 바라보지만 관객 역시 현실속에서 비난의 화살을 무의식, 무책임적으로

던지는 그런 사람은 아니냐고 어렴풋이 질문하고 있다.

 

여자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내용에서 말하려던 것에는

단순히 남자의 폭력에 도망쳐 나와 복수를 하려는 여자로 비춰지지 않으려 균형을 맞춰주는 이야기도 있다.

부지런한줄 알았던 그가 게임을 하고 집에 틀어박혀 상의없이 물건들을 구매하기 시작하고

( 모두는 아니지만 어느 지점에 이르러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남녀별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전부는 아니고.)

그런 모습에 실망한 그녀와 그녀에게 화를 내던 남자를 향해 난 당신의 아내라고 말할 수 있는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비록 서로를 변화시키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이 될때까지 속을 긁어대는 삶을 살기도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남자를 붙잡으려 하거나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려던 그녀의 성향이 단순간에 폭발한 것은 아닌것 같다.

그리곤 차를 타면서 그녀는 쿨한 여자에 대한 독백을 늘어 놓는다.

여자에 대한 칭찬처럼 말하는 그것들. 섹시해야 하고 재미있어야 하고 이해심도 많아야 하고 화도 내선 안되고,

화가나도 사랑스럽게 웃어야 하며 자기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고, 날 무시해도 되고 그 남자들이

원하도록 내 몸도 바꿔서 예쁘게 보여야 하는 그런 여자라니.

남자들이 이런 쿨한여자라는 타이틀을 원한다는 것도 어찌보면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서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건 비단 여자에게만 던져지는 타이틀과는 다르게 마초적인 남성상을 강요하는 우리나라에도 약간은 존재하고 있다.

그저 스포츠 TV만 즐기고 술만 마시고 폭력적이고 지성이라고는 가끔이나마 존재하는 듯한 마초적인 남성상이라는것.

그 사람이 정말로 그런 삶(?)을 산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삶과는 관계없는 사람이 그에 맞춰서 산다면 정말 피곤한 삶이 될 것이다.

수많은 영화 (영화는 그래도 다른얘기가 가끔이나마 나온다) 나 드라마 (이건 정말 최악_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각본을 하는지)

에서는 여전히 남성과 여성에게 강요되는 이미지가 흘러 넘친다.

킬링 타임 영화나 막장 드라마에서 현실성이나 철학따위를 기대하는 것 조차 멍청한 짓이겠지만,

그 속에서 여성은 여전히 현모양처에 언제나 멋지거나 예뻐야 하고 몸매 관리도 해야하며 돈도 벌어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고

남성도 커다라고 빛나는 자동차에 궁전같은 집, 깔끔한 외모에 지식도 다방면으로 해박해야 하고 꿈과 열정이 넘치는 직업에..

( 성인 여성의 해리포터(?)라는 베스트 셀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사서 보고는 페이지 마다 잘생겼다고 잘생겼다고

너무 멋지다고 끝없이 독자를 세뇌시키기에 그 책은 곧바로 팔아버렸다. 계속 잘생기다간 얼굴이 사라질듯.)

 

 

아마 시간이 지나 조금씩 가치관이 변하겠지만 완벽하게 남성상 여성상이 빠르게 변하진 않을 듯 하다.

단순히 지인을 살해하는 스릴러 영화 ( 현실이라면 단순하지는 않겠지만 ) 나 뒤에서 수작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와 조금 다른 점은 이 영화가 그 두가지 삶을 교묘하게 뒤섞어 한 여자에게 투사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영화에서 이 여배우를 볼때 묘하게 이질적인 표정이 기억에 남았었는데

그 케릭터를 영화에서 잘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게 결혼생활이야, 라고 말하긴 했지만 본인은 결혼을 하지 않아서 이해를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싸우지도 않고 보기좋게 사는건 물론 영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라고 생각은 어렴풋이 한다. 아니 잘 모르겠다.

그냥 영화를 본뒤 찝찝하다.

사람이 아름답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 영화인건 알지만 영화만은 아닌것같은 이 기분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