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부코스키 - 우체국

푸른세계_2 2015. 11. 27. 18:16

<찰스 부코스키 > 이 책은 아무에게도 바치지 않는다.


작가는 글로 먹고살려고 했지만 중간중간 포기하게 되고 우체부로 살아가게 되는데, 어떤 사람의 권유로 돈을 받고 책을 쓰게 되는 일에 전념하게 되곤

이 책을 발간한다. 우체국에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쓴 것인지에 대해선 분명하지 않지만 아마 그 경험도 꽤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 ?


주인공은 방탕한 삶을 살아간다. (쫓거나 추구한다기 보다는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는것에 익숙하다고 생각한다.)

수 많은 동거녀 혹은 만나는 여자와 섹스를 원하며 동거하다가 헤어지고 그 삶을 반복하며

새벽까지 술을 진탕 마시곤 숙취를 간직한 채 우체국에서 간신히 버티며 일을 한다.

그 우체국 안에선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인간 한명쯤은 꼭 있어 그들과 부둥키며

때론 참고 때론 그를 바라보며 쓰레기통에 침을 뱉기도 한다.


그리고 그의 동료들의 모습과 삶에 대해 그저 관찰자의 입장에 충실해 서술해 나간다.

아이들을 예뻐하고 좋아하던 남자가 사탕을 아이들에게 주며 착하게 살아가다

어떤 여자아이에게 한 말을 듣고 그 부모가 광분해 고발을 해선 그 우체부는 바닥으로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채 시간에 끝내지도 못할 일들을 억지로 맡기고 인간 함정들(?)이 널린 동네에 배정되는가 하면

늦은 밤까지 해당물량을 채워도 경고장이 날아오기 일쑤다.


그러던 그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처음의 웃기기만 하던 일상은 어느새 여운으로 남게되고

마지못해 그를 동정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까뮈의 이방인에서 정시나간 사디스트들을 쑤셔넣은듯한 법정을 보면서도 참 답답했었는데

우체국에서 치여사는 치나스키의 삶도 과연 순탄치만은 않다고 느껴진다.

그가 살아온 방식에 대해 비난을 던질 생각은 없다.

결말에 들어선 그의 삶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우울과 어둠을 마주한다면

오히려 그가 살아간 삶의 방식에 대해 나지막하게 응원의 메세지를 던지고 싶은 마음마저 생긴다.

나인하프위크에서 욕망만을 쫒던 두 연인의 삶이 나락으로 치달아 결국 헤어지게 되면서

'이렇게 될줄 알았잖아' 라며 암울한 엔딩을 보여주지만

그런 삶과 치나스키의 삶이 동일시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병든 개와 살아가는 모습을 단정하게 담아낸 까뮈의 이방인에서 처럼

주변 사람들이 그저 '살아가는' 모습을 덤덤하게 표현한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들에게선

그들의 삶이 현대 영화나 소설에서 무차별적으로 뽑아내는 그저 그런 '성공신화'의 삶은 아니더라도

그들 각자의 삶의 이유나 모습이 있는것은 아닐까 싶다.


모두의 삶이 부유하지 않으니 그토록 찬란한 삶.(비교적 경제적으로 부유한 삶이 우상화되긴 하지만)

그런 삶만 추구하는 현대의 문학. 영화에는 그다지 공감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남들이 말하는 이야기만을 읊어내는 그들에게 '삶'에 대해 진정한 질문을 해본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권리는 주어지지 않은 채 장밋빛 미래만을 화려하게 약속하고 의무만을 강하게 주어지게 하는 시대에서

잘 들어주지 않던 삶에 대해 진솔하게 표현해낸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노력하지 마.”(Don’t try.)

- 찰스 부코스키의 묘비명 -


“당신이 사랑하는 걸 찾아라,

그리고 그것에 죽도록 빠져라.”

(Find what you love, and let it kill you)

- 찰스 부코스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