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푸른세계_2 2016. 9. 21. 10:58

열린책들 소개로 접한 책

사람이 성장하면서 얻는것이 있고 잃는것이 있는데 어린아이의 그 순수함과 상상력은 그만큼 자주 거론된다. 피카소는모든 이들은 예술가라고 할 만큼 개인의 상상력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그만큼 소중하고 순수하며 쉽게 날아가버리기에 더욱 가치있는게 아닐까?

주인공은 어린시절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나무위에서 살다싶이하고 여자아이의 장난끼가득항 고백에 하루종일 설레기도 한다. 어른들의 세계에 호기심과 의문이 넘치며 공포의 피아노와 자전거를 익혀가며 유년기를 보낸다. 그런데 마을에서 아무도 그에대해 알지 못하는 좀머씨가 등장한다. 검은 외투와 두꺼운 부츠를 신고 아침부터 밤까지 바쁘게 걷기만 하면서 누구와도 대화하지않고 정체조차 알 수 없는 그.
시간이 지나 성장해가면서 나무 위에서 자살을 떠올리며 그를 목격한 이후 이따금 비쳤던 그 모습과 함께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준 그의 마지막 풍경과 이제는 세상에 대해 어느정도 익혀가던 주인공을 마지막으로 소설은 끝난다.

왜 어릴때보고 어른이 되어서 보라고 하는건지 알것만 같은 느낌. 어린 시절에 접하는 책들중 소나기와 운수 좋은 날을 읽고 상실감을 느끼긴 했지만 적어도 그들은 누군가가 있었다. 서양 문학은 비교적 죽음에 대해 가깝게 여기는건지 책을 읽은 뒤의 그 찜찜함과 자기 자신과 견주어보는 필연적인 과정을 회피할수가 없었다. '그래 이런 기분이 소설을 읽는 맛이지'라곤 하면서도 내가 성장해버린 아이인지 끝없이 걷는 좀머씨인지 분간하기가 힘든 이유는 뭘까. 필립 퍼키스가 사진에 관해 말하듯 추상과 사실 그 사이에서 느껴지던 존재처럼 그 사이 어딘가에서 살팡질팡하는 자신이 느껴졌다.
아이처럼 순수한 삶을 살수도 없고. 그렇다고 타인과 섞이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마주할 용기도 부족한 지금의 나.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걸까? 아니, 그 두 모습 사이에서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며 나이만 먹어가는건 아닐까?

세상의 명예를 뒤로한채 조용히 책만 쓰고 거리를 두는 작가의 삶을 보면서 한편으론 참 존경스럽단 생각이든다. 날 좀 내버려둬!란 말엔 세상과 거리를 두려는 그와 외로움속에서 싸워가는 그 두가지 모습이 묘하게 겹쳐져 희미하게 남은채 결국 작품에서 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본인은 강박적인 태도에 피곤하고 괴로운 삶을 살지도. 혹은 진득한 삶을 살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방식을 꾸준히 고집하는 작가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만화책같은 책. 특히 등장인물이 적어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
오르부아르를 보면서 등장인물을 미친듯이 키워놓은게 떠올랐다. 거창하게 키우는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것이 더욱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