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개가 온다

푸른세계_2 2021. 9. 22. 01:23

 꽤 따스했던 날임에도 패딩을 입은 채 발견된 그녀는 여행을 다녀 오겠다며 떠난 뒤 으슥한 산골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사회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그녀가 유일하게 몸을 담았던 우울증 공동탈출모임 '공탈'. 그녀를 둘러싼 죽음의 배후는 무엇인가. 마침 이해되지 않는 사건을 맡았던 '박심'은 다른 사건 역시 우울증에 걸린 환자임을 발견한다. 대체 그들은 무슨 일을 겪은걸까?

 

 우울증을 배경으로 써내려진 추리 소설이다. 윈스턴 처칠이 우울증을 두고 아침 저녁까지 자신을 따라다니는 '검은개'라고 한 표현 때문에 우울증을 두고 '블랙독'이라고 부른다. 

 이 소설은 우울증에 걸린 환자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인 시선을 지적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우울증은 심각한 정신병이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조차 힘듦에도 불구하고 기록이 남을까 검사를 하기를 꺼리며, 효과적인 치료임에도 약물과 심리상담에 대한 편견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쉽사리 치료를 하기 어려운 장벽에 대해 말한다. 때문에 검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절벽에 서서 치료를 받지도, 혹은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며, 이런 상황이 더욱 편견을 가속화시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 극단적으로 일어났다고 말한다. 소설의 중반부에 이르면 의학계열에 종사하는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하며 이런 지적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우울증 환자와 우울증을 가속화시키는건 우울증 치료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라고. 또한 우울증은 정신 질환중 가장 쉽게 치료되는 질병중 하나라고 한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것 아니었을까. 

 

 다만 아쉬운 건 그러한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아주 잘 표현했음에도, 마지막 사건의 전말이 밝혀질 때 중요한 인물의 개성이 너무나도 강렬했던걸까. 공감능력이 결여되고 뭔가 고장난 듯한 인물에 대한 소개나 설명이 없었고 이 인물을 소설 중반에 그에 대한 진실이 독백인지, 혹은 관찰자 시점인지 그 대상에 대한 설명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후반부에 반전으로 작용하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확실하지 않았다. 일종의 낚시 같은건가. 

 

 2018년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에 대한 편견은 22년 현재까지 별로 변한게 없어 보인다. 정말 이렇게 심각해질거라 상상조차못한 코로나 바이러스로인해 사람들은 더욱 고립되었다. 코로나 우울이라고 불릴만큼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면서 생기는 우울증이 더욱 가속화되었는데, 현재까지 특별한 방법이 나오진 않았다. 백신투여 비율이 꽤 높음에도 유지되는 거리두기와 시간 및 인원제한. 사회적인 불만과 고립. 이런 모든게 원인과 대응의 문제를 떠나 한 개인이 겪을 수 있는 정서적인 한계지점에 이른 현재 과연 그 끝을 달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걸까.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도 그 중 하나로 보인다. 감정적인 억눌림으로 발생하는 일들도 문제지만 그런 원인을 알아가고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가장 쉽게 치료될 수 있는 질병이 마치 엄청난 불치병이자 전염병처럼 인식되는건 안타깝다.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성향이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시선이나 감정을 신경쓰는 사람이란 점이 아이러니하다. 

 

타인의 감정따위 신경쓰지 않고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들의 먹잇감이 된다는 점도 어느정도 실제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이 중요한 이들과 타인의 감정이 중요한 이들 중 이타적인 사람에 대해 오히려 더 사회적인 편견이 작용하는건가. 외향적인 성격을 마치 우성인 듯 찬양하며, 타인보다 자신의 상승을 더욱 권고하는 사회. 여기 저기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분노형 범죄와, 자신의 마음을 챙기라는 심리서적이 양쪽 모두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 양쪽 모두 정말 사회적인 현상을 제대로 말해주거나,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편견을 줄이고 정말로 문제를 낮출 수 있는 길로 안내하는건가. 그 수 많은 심리서적과 자기위로가 정말로 그들 자신을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건가. 묻고 싶다. 유행처럼 번지는 MBTI는 정말 사람을 이해하는게 맞는건가. 시간이 지나도 제대로 된 심리 검사와 치료로 넘어가는건가.

 나에게 맞는 약물을 찾아가는 시간의 흐름, 나에게 맞는 심리상담사를 찾는 과정, 이런 점들도 지적해볼만 하다. 이들 모두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일임에도 이런 안내가 적절히 알려지지 않으며, 많이 겪어보거나 서로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 이런 일들이 제대로 되는지 잘 모르겠다. 상담과 분석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방식이 있어 나에게 맞는 상담을 찾는 것에도 시간이 걸리는데, 흔하게 볼 수 있는 맛집 평가처럼 병원에 대한 평가는 쉽게 하면서도 이런 곳들은 쉽게 접할수가 없다. 이런 사회적인 시선이 환자들에게 작용하니 오히려 걸러져야할 안좋은 사람들과 병원마저도 알려지지 않는 부작용이 나오는게 아닌가.

 

우울증의 정신적 문제와 실제 사례, 혹은 사회적 편견을 지적하는 다큐멘터리는 꽤 있지만, 정작 그들이 무엇을 겪고 느끼며 어려움은 무엇인지, 약물과 상담의 비용과 퀄리티의 문제들을 보는 작업을 찾을수가 없었다. 오히려 환자들과 사람들에게 더욱 알려져야하는 점들은 간과되고, 누구나 지적할만한 문제들만 말하는게 과연 중요한가. 이런 점이 아쉽다. 

 

 

-

책 자체는 재밌다. 추리를 안좋아하는데도 잘 봤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