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이갑철 가을에/독일사진의 현재

푸른세계_2 2011. 11. 21. 13:48

 한국적 느낌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집안에 위치한 갤러리. 자갈들 사이에 놓인 돌들이 마치 징검다리같은 느낌을 주어서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다. 여기 좋다.
 가을을 좋아하던 작가분이 카메라를 메고 가을 풍경을 담은 사진전시. 서른 즈음에 찍은 사진들.
사진들이 너무 좋았다. 감성적이다 필름이다 이런 얘기하면 또 끝도없을지 모르지만, 디지털이 아니라 필름으로, 기록적인 느낌보다는 참여적인 느낌이 나는, 그 사진의 시대에 분명 살고 있었다 라고 느껴지는 사진들이었다. 현대사진이라고 해서 디지털적 보정들이 난무하는 사진들만 쭉 보아오다가, 필름카메라를 얻게 되어 찍은지 얼마 안되었을때 현상소에서 인화된 필름을 받았을때의 그 느낌같은 것이 살아있는 그런 사진.
 지극히 개인적인 사진들이었다. 달리기때 쏘는 총의 연기와 구름이 합쳐진 재밌는 사진( 왠지 운동회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소녀가 뒤로 움켜진 꽃 너머에 흐릿하게 보이는 소년과 나무. 어르신들이 운동장에 서있는 모습과 길에 핀 꽃과 포장되지 않은 채 자갈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것만 같은 도로. 높게 걸린 국기들과 색이 없는데에도 불구하고 형태만으로도 역동감이 넘치는 패턴이나 선들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달리기에서 코너부분을 돌때의 표정과 몸동작들이 아주 가까이에서 느껴져 정말로 튀어나올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아 이분은 진짜 사진만 찍었구나 싶기도 한데 그들의 표정을 보면 마치 그 운동회에 녹아들어 있는것만 같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미지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친근감이 느껴지는 공감대의 영역이 있다.
 사진이 많은것은 아니지만 잠깐 훅 둘러볼정도로 적은것도 아니고, 어르신들이 보실때에도 조금은 발목을 잡아 끄는 이미지가 있을 것 같다. 어찌 찍은걸까 싶은 이미지들. 놀랍기만 하다. 

 독일 사진의 현재. 아 난해하다.
갤러리 홈페이지에서 소개된 글을 보고는 무슨 의미일까 싶은데 직접 가서 보니까 더 모르겠다. 대부분 그렇듯 책자를 사지 않는 이상에야 별다른 설명이 있을리 만무하고, 그냥 현대 사진이다 하고 몇점 턱 걸어서 시작을 알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주 아주 아주 지극히 얇은 도록 3,000원짜리엔 아주 간략하게 그나마 사진에 관한 정보를 얻을수도 있을듯.
대략 사진들은 현대 디지털적인 느낌. 콘트라스트도 아주 강하고 야간사진에다가 인공조명과 극대비를 이루는 원근감등.
2층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중에 주가되는 요소를 뒤바꾼듯한 느낌 ( 스파게띠아. ) 숲속에서 누워있는 나체의 여인의 자연과 여성성을 강조한듯 (이브) 빨간 모자 시리즈로 유명한분에 대한 사진은 뭐랄까. 동화의 어릴적 느낌을 넘어서서 성인이 된, 그리고 더욱 나이가 들어가는 여성을 대조시켜 여성의 가정에서의 성적 역할과 정체성을 표현한건가 싶기도 하다. ( 레드 라이닝 후드 시리즈. ) 다른 작가분의 사진은 남자와 여자가 성행위에서의 위치와 역할을 빗댄듯한 느낌. 남자는 바뀌는데 여자는 그대로. 남자들의 표정은 조금씩 무언가 드러내는데 반해 여자의 표정은 모호하다. 마지막엔 털짐승과 묘사를 하기도 하고. 2층의 사진들은 대부분 여성적 역할과 위치를 드러낸듯한 느낌. 아마 연작시리즈를 모두 보여주면서 스토리나 어떤 의미를 진행하기 보다는 독일 사진 몇점을 모아놓은 느낌이라 정신도 없고 이해도 잘 안되더라. 뭐 애초부터 이해가 필요하긴 한건가 싶기도 하고.
 더구나 한가지 묘했던건, 예전 2010년도에 샀던 예술사진의 현재라는 책에서 보던 사진들과 비슷한 사진이 있어서.
현대예술사진이 뭔가 싶다. 무언가 다들 공허함이나 아주 극적인 도시에서의 가벼움. 인간성이나 성적 역할과 감정의 건조함. 사회적 구조 비판등 어떤 영역 이상을 잘 안넘어서는듯한 느낌을 주는건 왜일까 싶기도 하고.

p.s) 독일사진의 현재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 저너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