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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에서의 식사

코로나로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것 조차 조심스럽다고 생각되던시기. 리조트 객실 앞의 주차장은 만석이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즐거운 표정으로 마스크를 쓴 채 손을 잡고 걷는다. 건물 옥상에서 보니 사람들이 듬성듬성 있어 심리적 거리도 충분했다. 식당은 사람들이 가득찼다. 사회적 거리로 테이블을 두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꽤 있다. 줄서서 먹을 정도는 아니라 불편함은 없다. 평소에 딱히 찾아 먹지 않던 킹크랩의 다리를 몇개 들고 온다. 구석엔 스테이크를 구워주는 곳이 있어 기다렸다가 한접시를 가져온다. 평소 가까이에서 먹을 수 있던 음식은 제쳐두고 희귀한 음식을 찾는다. 초밥에 있는 쌀밥으로 배를 채우고 싶진 않다. 이러저리 돌다 한접시를 채우곤 자리에 앉는다. 숯불향이 입혀져 고기를 썰기 전 나무가 떠오르..

발자국/2021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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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볼 때 난데없이 큰 소리와 정신 사나운 영상이 급작스럽게 찾아온다. 광고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문을 두드리는 정도가 아니라 문을 열어 허락도 없이 방안으로 쳐들어온다. 그리고 관심도 없는 얘기를 수 분동안 떠들어댄다. 입좀 닥쳐달라고 버티다가 스킵을 누른다. 대체 언제부터 광고가 이토록 강제적이었나, 티비를 보면서 가끔 즐거웠던적도 있다. 기발한 광고. 그건 TV나 라디오에 국한된 얘기였다. 영화관에 원하지 않는 광고가 채워지고 인터넷 기사엔 기사 본문을 가리거나 눈살이 찌푸려지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이젠 영상을 보려고 할 때 동의도 없이 광고를 때린다. 소비자에게 상품으로 돈을 가져가는 그 기업에서. 돈을 가져가는것도 모자라서 시간과 에너지까지 빼앗는다. 블랙미러중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발자국/2021 2021.03.31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그때 당시에 처음으로 고른 에세이라서 그런가 앞부분은 공감이 됐다. 그러나 중반부를 지나가니 연애나 삶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줄어들었다. 미세하게나마 저자는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그것이 스스로에게 내민 확신인지 경험에서 나온 결론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결론이 강제처럼 느껴졌고 어떤 공감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지적으로도. 게다가 관계나 일상의 경험을 감각으로 풀어내는 말이 많은데 지나치게 추상적인 느낌이랄까. 굳이 허공에 손을 휘젓는 느낌뿐 단어나 흐름이 마음에 와 닿지 않고 둥둥 떠다닌다.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수도 있고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그냥 이 책을 읽을 리듬이 아닐 수도. 아니 에르노 책을 읽으려 해도 읽히지 않는..

2020.12.26

조조래빗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유태인을 숨겨준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조조. 나치즘에 푹 빠진 소년이 겪어가는 사랑과 삶에 대한 희노애락. 블랙이 섞인 코미디. 따듯함도 있고 슬픔도 기쁨도 유머도 있어서 좋다. 큰 기대없이 봤지만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따듯하고 부드러운 미소와 에너지를 가지고 조조를 보살핀 스칼렛요한슨은 너무 멋졌다. 각 케릭터들도 모두 빛이난다. 원작은 상당히 어둡단다. 언젠가 보려나?

채식주의자

맨 부커상 때문에 알게 됐고 그때 굉장히 유명했던 책 중 하나. 문학사 같은건 잘 모르고 문학의 구조나 흐름을 모르니 지금 책이 주는 느낌이나 의미는 잘 모르겠다.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나 서양 고전문학에 비해 읽는 속도가 굉장히 빠를 정도로 흐름이 부드러웠다. 전개도 빠르고. 그러나 중반부에서부터는 조금 지루해지는 느낌도 없었다. 마지막까지 책을 덮기가 쉽지 않았다. 현실 속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허구를 만들어내는 상상력은 픽션의 힘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저마다 다르다. 이번 소설에서 흥미로운 것은 그런 허구는 아니었다. 정작 주인공의 생각이나 말에 대해선 조금도 설명이 없었다. 그녀의 증상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도화선에 붙은 불이었다. 그저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

2020.06.29

나의 아저씨

재밌었다. 미생만큼 비정규직이나 '보통사람'에 대해 깊게 다루지는 않지만 그만큼 재벌가의 가족이나 회사 내 임원간의 권력다툼만 떠들어대는 것과 달랐다. 다른 케릭터들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익숙했고 이지은이라는 가수가 아닌 배우로. 나는 연기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수화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꽤 감동적이었다. 초반부의 구성을 보면서 롤리타콤플랙스나 성인남성-어린여성의 로맨스에 대해 다루려나 싶었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그것과는 무관하단 생각이 들었다. '지안'은 어릴적부터 사회적 관심과 어른들로부터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고 이를 유일하게나마 도와주고 안내해준 것은 동훈이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동료들도 '지안'을 따뜻하게 대해준다. 그리고 이를 느낀 '지안'도 이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주된 내용은..

데일카네기 - 인간관계론

자기계발서중에 몇 안되는 괜찮은 책이라는 평가가 있어 본다. 구매한 책은 포켓사이즈의 작은 책인데 가볍고 크기가 작아 들고 다니기에 좋았다. 책의 내용은 동일한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과 내용상 차이가 없다는 글을 보았다. 주된 내용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다. 인간이란 과연 이성적인 존재인가에 대해 논하는 철학적인 내용은 아니고 간단한 사례들로 인간이 비이성적인 존재니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 것을 추천한다는 방식이다. 상대방이 친절하게 나오지 않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존중해야하며 대화의 기본적인 기술 중에서 비판과 비난이 아닌 상대방에게 공감을 통해 반감을 줄이면 대화가 더 편안해진다는 것. 그리고 아부가 아닌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식과 그..

2020.03.13

아니 에르노 - 단순한 열정

남자와 사랑에 대해 건조하다기보단 담백하게 자신의 감정을 써내려간다. 약간의 무르익은듯한 감촉이 느껴지는 문체다. 그런데 읽다보니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말하는데 주인공이 만나는 남자는 아내가 있다. 그 남자와 만나면서 느끼는 불안이라는 감정과 헤어짐을 다짐하는 순간. 그리고 그 이후 모든 것이 그와 연관된 것만 보인다는 모습은 이별을 겪는 연인에게서 느껴지는 그것이지만 태풍의 가장자리 보다는 태풍의 눈. 강하게 퍼지는 기운 속에서 느껴지는 그 진득한 무거움의 성향을 간직한 사람이 써내려간 일기를 보는 느낌이다. 헤어진 연인이 가진 슬픔. 불안한 관계에서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은 생각해보거나 느껴본 적이 없다. 대부분 따귀를 맞거나 돈다발을 들고 나오거나 한밤중에 머리채를 쥐어 뜯기고 쫒겨나며 사람들로 하여금..

2019.12.10

앨저넌에게 꽃을

베르베르의 추천책. 개인의 지성과 그에 따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인간관계와 감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특히 지성이라는 것이 과연 그토록 절대적으로 다른 것보다 높은 가치를 지니는지에 고민한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마음에 한송이 꽃처럼 살포시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난터라 세세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처음 주인공 찰리 고든이 주변 사람들에게 느낀 감정은 친근함이었다. 그러나 그가 지능이 높아지는 수술을 받은 뒤에 알고보니 주변에선 그를 놀림의 대상으로 대할 뿐이었고 이에 그는 분노한다. 관계로 시작된 배신감과 갑작스레 높아진 지능. 그리고 혼란스러움이 더해져 성격은 괴팍해져가고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가 틀어지게 된다. 책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찰리 고든이 주변의 사람들에게 느끼던 감정의 변화..

2019.12.09

'호크니' Hockney. 2014

BBC에서 그와 함께 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작품들을 엮은 다큐멘터리다. 현재 영화관에서 상영중인데 해외에서 개봉된 날짜는 2014년이다. 불과 1달전에 엄청난 가격으로 작품을 판매한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로 국내 서울의 미술관에서 전시된 덕분에 흐름을 타서 호크니에 관련된 영상을 재개봉한듯 하다. 실제 전시 막바지에 전시를 본 탓에 티케팅만 20분. 전시장 내부 대기 30분을 기다렸다. 전시장 안에 들어가서도 입구쪽에 사람들이 2줄로 좀비처럼 걸어가는탓에 제대로 못봤고 약속때문에 내부에 상영하던 다큐멘터리를 못봐 너무나도 아쉬운 기억이 있다. ( 데이비드 호크니 : 잃어버린 시간(David Hockney : Time Regained)> / 감독 : Michael Trabitzsch, 52분 상..